갈팡질팡 암호화폐 규제안… ‘스스로 규제’에 업계 ‘당혹’

입력 2022-06-09 06:00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옥 정무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여당이 묘안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애초 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규제를 추진하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 규제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어서 자율 규제가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8일 암호화폐 업계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13일 제2차 가상자산 당정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암호화폐 상장 및 상장폐지 기준 통일 등이 포함된 자율규약 초안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달 24일 1차 간담회의 결론이었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검토’에서 다소 후퇴한 그림이다. 당시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여당 의원들의 시행령 개정 검토 주문에 대해 ‘이미 법제처와 상의해 검토를 진행했으나 현실적으로 현행법 시행령 안에 실질적인 암호화폐 규제책을 담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단독 규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2차 간담회에서는 ‘플랜B’로 국내 5대 거래소의 자율규약이 대안으로 모색되는 모습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등을 만나 자율협약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자율협약에는 6개월마다 상장 코인의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고 거래소별 상장·상폐 기준을 통일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규약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른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당사자들, 특히 실무진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B거래소 관계자는 “이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의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고 했다.

거래소들이 자율규약을 내놓더라도 여당이 원하는 수준의 대책이 될지도 미지수다. ‘상장·상폐 기준 통일’은 업계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업계는 모든 거래소가 같은 기준에 따라 코인을 상장하면 거래소마다 가진 차별성이 사라져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다양한 거래소를 비교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기준이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개선책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C거래소 관계자는 “코인 상장 시 체크리스트를 통일시키는 방안 정도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험성 평가’ 역시 코인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인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