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국민 프로그램 KBS 1TV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해온 최고령 MC 송해의 별세 소식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생전 마지막 공식석상 영상에서 보여진 야윈 모습이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8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송해 선생님 마지막 공식석상 모습’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송해가 지난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을 때의 사진과 영상이 함께 게재됐다. 당시 송해는 기네스 등재 소식을 듣고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속 송해는 야윈 모습이었지만 등재 소감을 말하면서 웃는가 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후배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네스 등재 증명서를 들고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후배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하는 모습 등이 사진과 영상 속에 담겼다.
해당 글에는 누리꾼들의 추모글이 수백개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건강하실 때 풍채와 비교하면 많이 야윈 모습이다. 눈물 난다” “코로나 확진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활동할 수 있으셨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저렇게 몸이 안 좋으신데 최근까지 MC 자리를 지키신 열정이 마음을 울린다” “돌아가시더라도 국민들 마음 속에는 영원한 MC로 남을 것” 등의 댓글을 남겼다.
송해는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1년 연평도로 피란, 미 군함을 타고 부산까지 내려왔다. 실향민으로 바닷길을 건너온 고인은 이때부터 바다 해(海)를 예명으로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때 황해도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과를 전공하고, ‘창공악극단’이라는 이름의 순회 악단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악극단에서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진행을 맡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레 MC 경험을 쌓았다. 이후 TV 방송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했고, TBC동양방송에서 매일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했다.
승승장구하던 송해에게 큰 아픔이 찾아 온 것은 1986년이었다. 당시 20살이던 아들이 서울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송해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전국 노래자랑’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당시 환갑이던 송해는 MC 자리를 맡았고, 올해까지 34년간 ‘원조 국민 MC’ ‘송해 오빠’ ‘일요일의 남자’로 불리며 활동을 이어갔다. 송해는 이 기간 공개 녹화를 통해 무려 1000만명 넘는 사람과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수상 등도 그의 방송 인생을 더욱 빛나게 했다.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되며, 이날 저녁부터 조문을 받는다. 발인은 오는 10일이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