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선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군선교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지만, 뒷받침해줄 기반이 부재해 사역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군선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교계와 군부대 등에 따르면 현재 군선교사들이 대대급, 여단급 교회 등에서 전체 국군 장병들 중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군선교라고 하면 군종목사들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군선교사들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군선교사들은 공무원인 군종목사들과 달리 민간인 신분으로 군인교회 등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군선교사가 되려면 군목 파송 10개 교단에 소속돼 있어야 하며, 교단장의 추천을 받아 일정기간 군선교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 해당 부대 지역 군목단의 요청과 군선교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후 부대 장성급 지휘관의 위촉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하지만 군부대 선교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군선교사들의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군선교연합회의 군선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00명 이상이었던 군선교사들은 올해 522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5년새 1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고, 향후에는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군선교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데에는 군부대 통폐합에 따른 군인교회 감소도 있지만, 군선교사들의 열악한 사역 환경도 큰 이유로 꼽힌다.
대체로 군선교사들은 특별히 정해진 임금 및 지원 없이 본인 부담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사역에 따르는 교통비, 간식비 등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이를 원만히 뒷받침해 줄 기반은 없는 셈이다. 20여 년을 군선교사로 일해온 김기문 목사는 “군선교사들의 활동비나 생활비 지원은 어떤 교단에서도 제도화 돼 있지 않다”며 “자비량으로 군선교를 하러 왔으니 알아서 생활비 등을 마련하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선교사들은 선교사 지원시 후원자 약정서나 자비량 군선교 서약을 하기 때문에 국가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군선교사들은 스스로 활동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 영업, 투잡을 뛰거나 그 배우자들이 생활전선으로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군선교사는 “많은 군선교사들이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딱히 할 직업이 마땅치 않다”며 “그러다보니 배우자들이 생활전선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개 식당이나 요양사, 청소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장병들의 200만원 월급 시대가 도래하려는 상황에서 이제 군선교사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군선교사들이 일정기간 군무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는 한 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있지만,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 같은 방안이 정착되면 군 내에서 군선교사의 신분이 보장돼 일정한 임금 지급은 물론 후원제도나 군선교교육 혁신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동안 민간교회 노회나 총회의 경우 특정 군선교사들에 한정해 개별지원 방식을 취했는데, 앞으론 전체 군선교사들에 대한 일괄지원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교계 관계자는 “과거 국군중앙교회나 자운대 교회 등 큰 군인교회에서는 대대급 부대교회에 선교비를 개별적으로 지원했다가 근래에는 선교비를 한군데에 모아서 군목단 이름으로 대대급 교회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이 민간교회에서도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한곳으로 선교비를 모아서 대대급 교회 군선교사들에게 일정한 원칙에 기반해 일괄적으로 후원하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