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줄소송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과 관련한 기업의 향후 대응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이번 판결은 이미 노사 간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 중인 산업현장에 노사 갈등을 촉발할 것”이라며 이같은 말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대법원이 연령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의 대상 조치 여부 등에서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첫 기조 발제자로 나선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실시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임금피크제의 시행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한 그 효력을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업들은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따라 직무 대비 임금 삭감 정도의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방안, 이직·퇴직 대비 교육 등 보장책 등에 관해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량 및 업무강도 조정 등의 조치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규모 비교 등을 통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토론에서 이번 판결이 관련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높은 현실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됐다”며 “(이를 고려하면) 임금체계 개편 시 개별 근로계약 또는 직군ㆍ직급 단위 근로자 대표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7일 서울남부지법은 한국전력거래소 직원 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년 연장’을 동반한 임금피크제는 합법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려 혼란이 가중됐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