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 중 답례품으로 받은 철퇴 사진을 7일 SNS에 올리며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하다”고 언급하자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이 과거 “보수 존립에 도움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로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고 거칠게 발언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취지다.
이 대표와 정 의원은 최근 SNS에서 설전을 벌이며 대립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 출범과 우크라이나 방문, 6·1 지방선거 관리 부실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한국에서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갈등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승리 후 당내 권력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준석 ‘철퇴’ 사진에 누리꾼 “정진석 저격이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의원님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다”며 “카자크족 지도자가 들고 사용하는 불라바라는 철퇴라고 설명을 들었다. 자유의 영원한 존립을 위해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일부 누리꾼은 정 의원이 과거 자유한국당 의원 시절인 2017년 5월 17일 “정말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돼”라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당시 사진을 댓글로 달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당시 자유한국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당내 쇄신 주장이 나오자 정 의원은 “동지라는 거에서 이제 적으로 간주해서 무참하게 응징해야 된다고”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육모방망이 발언은 친박계 의원을 두고 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은 아니고 과거 우리 당을 이렇게 만든 여러 가지 원인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답했다.
여러 누리꾼은 “정진석 저격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당 중진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총질한다”고 정 의원을 공격했고, 다른 누리꾼은 “딱 필요한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준석·정진석, 페이스북에서 설전
앞서 정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정 의원은 “주변 분들이 제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에는 도대체 왜 간 겁니까?’ ‘좀 뜬금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적었다.그는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가는 사정을 알아봤다며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또 이 대표가 지방선거 관리에 소홀했다며 “수많은 분이 저를 찾아와 피를 토하듯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이준석 당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라면서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가 지선 이후 추진한 혁신위 설치, 2024년 총선 공천 혁명 등에 대해서도 “혁신 개혁 변화도 (물론)중요하겠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이 대표는 7일 “한국에 계신 분들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계셔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제가 와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그분들이 외교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8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저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며 정 의원의 지적에 응수했다.
이 대표는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고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충청남도 지사 선거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다. 저는 충청남도 상황은 잘 모른다. 원칙대로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기 관할인 노원구청장도 안 찍어내리고 경선한 당대표에게 공천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 의원의 문제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김형동·박성민·정동만·태영호·허은아 의원 등 국민의힘 대표단과 함께 지난 3일 밤 우크라이나로 출국했다. 대표단은 4일(현지시간) 키이우주 내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부차와 이르핀 지역 등을 돌아봤다. 이 대표는 6박7일 일정을 마치고 9일 귀국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