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박사 위에 검사”… 대통령실 “능력 중심 인사”

입력 2022-06-08 05:31 수정 2022-06-08 10:09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검찰 출신 인사가 윤석열정부 요직에 연이어 오르는 것을 두고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검사”라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연일 검찰 출신 인사가 요직에 임명되자 “검찰공화국이 돼간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적재적소에 능력 중심의 인사”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또 검사인가’란 제목의 글과 함께 이날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내정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했다.

그는 “윤석열 땐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검사”라며 “검사 위에 여사란 말이 회자될지도”라고 했다. 윤석열정부의 인사가 검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풍자한 셈이다.

정 의원은 군 출신이 중용되던 군사정권 시절과 검찰 출신 인사가 잇따라 등용되고 있는 윤석열정부를 비교하면서 “전두환 때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란 말이 있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최측근이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발탁한 데 이어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완규 법제처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검사 출신을 잇달아 요직에 앉혔다.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박성근 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실도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했다.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은 검찰 일반직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참모가 됐다.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금융감독원 제공

민주당은 인선에 반발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 돼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는 이례적으로 검찰 출신이 임명된 직책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조오섭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인사를 자리 나눠주기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검찰 편중, 지인 찬스 인사라는 비판에도 마이웨이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복현 전 검사는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을 함께한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로 모든 인사를 채울 수밖에 없는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단순히 검찰 편중 인사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면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강수진 고려대 교수도 과거 성남지청에서 윤 대통령과 일한 검찰 출신”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검찰이라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윤석열 사단에 속한 검사들이 모든 요직을 꿰찬다”면서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의 한숨이 늘어만 간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금감원장에 내정하면서 논란이 일자 “적재적소에 능력 중심의 인사”라고 밝혔다.

‘상세한 인사 배경을 설명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지냈고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사건을 맡으면서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에서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당국의 당면 현안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금감원의 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성, 적재적소 인사는 검찰에만 있나’라는 질문에는 “앞으로 계속 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인재를 구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며 인사가 검찰 출신에 편중됐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