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 입은 이등병’ 사회복무요원 괴롭히는 ‘공무원 갑질’

입력 2022-06-07 18:41 수정 2022-06-07 19:48

사회복무요원 A씨는 지난달 30일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열차 내 유실물을 확인하라고 지시해 확인 후 나오는 순간 기관사가 열차 문을 닫아 문 사이에 몸이 끼였다. 동료가 경광봉으로 문을 열라는 신호를 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아 A씨는 힘겹게 빠져나와야 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팔과 늑골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A씨는 “기관사에게 사과를 받고 싶어 연락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서울교통공사 담당자는 ‘꼭 통화를 해야겠냐’며 오히려 기관사를 두둔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교통공사의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는 7일 사회복무요원이 갑질을 당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회복무요원은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지만 군대를 대신해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복 입은 이등병’ 취급을 당하며 온갖 갑질과 수모를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공개된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하인’ 부리듯 갑질을 한다는 제보가 많았다. 구청에서 행정보조 업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에게 민원인의 폭언을 대신 감당하게 하거나 수만건의 서류를 이관하고 1700여건의 서류를 혼자 검수하게 하는 등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기도 했다. 공무원이 사회복무요원에게 자신의 공무원증을 줘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열람하는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또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형태가 대법원이 제시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조건을 충족함에도 사회복무요원들이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당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사회복무요원들은 지난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으나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지므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라며 신청을 반려했다.

사회복무요원노조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 국내에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도 경찰과 군인을 제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의 특수한 지위가 근로조건의 차이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