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준 한국해병 찾습니다” 71년전 그날의 기억

입력 2022-06-08 00:03
태극기를 들고 있는 제임스 란츠씨. 국가보훈처 제공

“71년 전 일이라 그때 그 친구가 20세였어도 이제 91세일텐데, 그가 살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국가보훈처가 71년 전 태극기를 선물해준 전우를 찾는 미국인 6·25 참전용사의 사연을 7일 공개했다.

빛바랜 태극기의 사연은 7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연의 주인공은 제임스 란츠(90). 그는 1950년 11월부터 1년간 미 해병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일본과 인천을 거쳐 원산항으로 입항한 그는 6·25 전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되는 장진호 전투에 곧장 투입됐다. 당시 그의 나이 18세였다.

기억 속 전우를 만난 때는 1951년 대구에서다. 그해 봄, 한국 해병대원 20~30명이 미 해병대와 합류했다. 란츠씨는 그중 한 한국 해병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구에서 2주가량 머문 뒤 란츠씨의 부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자 한국 해병은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싶다”며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란츠씨에게 건넸다.

란츠씨는 “그 태극기를 지난 71년 동안 참전의 경험을 기억하는 기념품으로 간직했다”며 “내가 그에게 미국 국기를 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꺼내 든 태극기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훼손된 부분 하나 없이 양호한 상태였다.

란츠씨가 태극기를 준 해병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친절한 인상에 영어를 잘했다는 것, 헤어질 때 태극기를 선물했다는 것뿐이다. 그는 당시 그의 나이를 떠올리며 그저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소망했다.

6.25전쟁 참전 당시 제임스 란츠씨. 국가보훈처 제공

보훈처는 란츠씨가 지난 4월 해외 6·25 전쟁 참전 용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으면서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주LA 총영사관과 국가보훈처는 ‘태극기 해병 찾기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발 벗고 나섰다. 보훈처는 란츠씨의 사연이 담긴 영상을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하고 관련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전쟁터에서 태극기가 맺어준 아름다운 사연을 널리 알려 한국 참전용사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작은 단서라도 알고 계신 분은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란츠씨가 찾는 해병대원에 관한 제보는 보훈처 통합 콜센터나 이메일로 하면 된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