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예외’ 빠트린 자료에 개미 울었는데…감사 결과는 고작 ‘주의’

입력 2022-06-07 18:20
금융위원회.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2020년 3월 증시 폭락 사태 당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시장조성자는 예외’ 내용을 보도자료에 누락한 일에 대해 감사원이 “업무 처리가 부적정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잘못된 보도자료로 개인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본 점을 고려할 때 감사원의 조치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7일 ‘금융위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부적정한 보도자료 작성 감사 보고서’에서 2020년 3월 13일 금융위 회의에서 의결한 공매도 금지조치 보도자료에 시장조성자에 대한 예외 내용이 빠져 일반 국민들이 ‘모든 투자자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에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할 때 적용 범위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2020년 3월 16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가 2주 만에 200포인트 이상 하락한 데 따른 조치였다.

금융위는 시장조성자를 예외로 둬 공매도를 가능케 했지만 보도자료에는 그 내용을 빠뜨렸다.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에 보낸 공매도 금지 요청 공문과 금융위의 승인 공문에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예외 조치가 언급됐지만 이후 나온 최종 보도자료에선 예외 사항이 빠진 것이다. 금융위는 2008년 같은 조치를 취했을 때는 예외 사항을 기재했다. 이후 공매도 금지 첫날인 3월 16일 코스피시장에서는 사상 최고치인 4408억원의 공매도 폭탄이 떨어졌다. 이에 코스피는 하루 만에 3.19% 하락했고 3일 후인 19일에는 코스피가 11년 전 수준인 1457.64까지 폭락했다. 공매도가 모든 시장참여자에게 금지된 줄 알고 주식 거래를 한 투자자는 손해를 본 것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감사원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금융위 자본시장과가 예외 내용을 누락하고 대변인실은 수정·보안 없이 언론에 배포했다는 점을 밝혔지만 예외 사항이 빠진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고의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서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해당 건을 국민감사청구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감사 결과에 반발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부적절한 행정처분으로 주식투자자 피해가 상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분 요구가 ‘주의’에 그친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