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도 2주 가까이 긴 여름휴가를 보내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 휴가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교회 공동체에도 큰 활력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담임목사는 주일 설교를 쉬면서 영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부목사는 다른 교회 탐방으로 다양한 예배와 목회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 늘푸른교회(박규용 목사)는 7일 올해 여름 4주간 담임목사가 주일 설교를 쉰다고 밝혔다.
늘푸른교회 관계자는 “우리 교회는 매년 여름 동안 박규용 목사님이 주일 설교를 쉬시면서 초등부, 청년부 등 교회 각 부서 예배 등을 돌아보고, 부목사 네 분이 대신 주일 설교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임목사에게는 장기 ‘설교 휴가’가 허락되고 부목사에게는 주일 대예배 설교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부목사의 여름휴가도 주일을 포함한 7박8일로 다른 교회 주일 예배를 가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는 매년 7~8월 담임목사가 주일 설교를 쉬고 원로 목사, 외부 강사 등에게 설교를 부탁한다. 이상화 목사는 “담임목사가 설교를 쉬는 동안 각 부서 예배를 참관하는데 담임은 교회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고 성도들은 다양한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현교회는 올해부터 만 3년 이상 사역한 교역자들에게 여름휴가로 9박10일을 줄 예정이다.
이 목사는 “형편이 허락된다면 교회가 목회자에게 2주 정도 휴가를 주면 좋을겠다. 그럼 담임목사나 부목사가 다른 교회를 탐방하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제대로 된 휴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전임 사역자에게 주일을 포함해 10일간 휴가를 준다. 부목사나 전임 전도사가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다.
교회 탐방 후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교역자들은 주일을 포함해 7박8일간 휴가를 가고 필요하면 교회 탐방 보고서를 제출한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도 11박12일간 교역자들에게 휴가를 주고 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대개 월요일부터 그 다음주 금요일까지 휴가를 가도 주일에는 다른 교회를 방문한 뒤 보고서를 낸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교회는 주일을 제외한 5박6일 휴가를 준다. 한 중견교회 부목사는 “주일 포함해 휴가를 주는 교회가 아직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장기 사역한 경우 안식월을 주기도 한다. 선한목자교회는 4년동안 사역을 하고 나면 안식월 2개월을 준다. 사랑의교회는 6년 동안 사역한 뒤 안식월 2개월을 쓸 수 있다. 즉 7년차와 8년차에 각각 1개월 안식월을 쓴다. 목회자들은 여름을 이용해 주로 안식월을 사용한다.
규모가 작은 교회나 미자립교회는 목회자가 주일을 포함해 휴가를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방 한 교회 목사는 “개척 교회는 휴가를 갈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이런 경우 교회 차원에서 휴가를 고려해볼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소는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1일 야유회, 전교인 수련회, 교회학교 수련회를 제안했다.
성경공부, 기도회 등 영성 훈련 뿐 아니라 물놀이, 운동경기, 관광, 수박 파티 등을 프로그램으로 꾸밀 수 있다. 1일 야유회는 하루 계곡 등에 소풍을 가거나 개신교 유적지 순례를 하는 것이다. 교회가 사역자를 포함해 성도들에게 쉼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유경진 서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