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모른 채 보육시설에서 자란 동수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아이 없는 가정에 파는 브로커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주고 더 많은 돈을 받길 원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동수는 선일까 악일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주인공 동수 역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을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보육시설 관계자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동수는 지금까지 연기한 것 중 제일 힘을 뺀 인물”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인 7년 전쯤 강동원에게 함께 작품을 하자고 제안했다. 강동원은 “시놉시스를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제겐 제작 경험을 해 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감독님께서 캐스팅에 대해 상의하시기도하고, 카메오 리스트도 보여주셨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 촬영 장소 헌팅도 같이 가기로 돼 있었는데 제가 해외에 있어서 못 갔다”고 아쉬워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연기에 대한 주문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 스타일이 장르 영화보단 인디 영화에 가까워 촬영할 때 편했다. 워낙 거장이시기에 믿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했다”며 “감독님은 연기를 모니터로 보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보면서 배우들의 호흡을 느낀다. 감정선을 구체적으로 잡으시는데 육안으로 보면 작은 화면에선 잘 안 보이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물에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었는데, 일상 연기는 즐겁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 좋았다”고 돌이켰다.
촬영 현장에서 강동원은 아역 배우들을 놀아주고 돌보는 일을 도맡아 했다. 영화 속에서도 소영(이지은)의 아기지만 주로 아기띠를 매고 있었던 건 강동원이었다. 촬영이 끝나고는 아역 배우에게 레고를 선물하기도 했다.
강동원은 “감독님 영화에서 아역 배우들이 빛이 나는데 이번엔 감독님이 일본 분이셔서 아이들과 소통이 쉽지 않아 그런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 싶었다”며 “아이들이 귀엽기도 했고, 아이들은 현장에서 뛰어놀 때 연기가 가장 잘 나온다고 생각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 나올 수 있게 놀아줬다”고 했다.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의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그는 예상했다. 강동원은 “촉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수상자가 호명됐을 때 송강호 선배보다 제가 더 빨리 일어났다”고 했다.
강동원은 영화를 구상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제가 쓴 시놉시스들이 올 여름, 내년 중반쯤 시나리오로 나온다”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고 새로운 것을 하길 좋아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아침엔 더 자고 싶어도 눈이 떠지고, 밤에도 잠이 안 와서 ‘일이나 하자’ 생각하곤 한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