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학교들을 갑자기 문 닫게 하겠다니요? 그동안 언급이나 상의 한번 없었어요….”
전북도교육청이 1년내 전주 원도심에 있는 중학교 2곳의 폐교를 추진하고 있어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전북도교육청과 일선 중학교에 따르면 전주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초 ‘적정규모화 논의 대상 중학교 공모’를 추진키로 하고 기린중과 남중 등 7개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폐교 우선대상 학교’에 포함됐으니 자진 폐교를 원하는 학교는 응모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차 모집에 이어 5월말 까지 연장된 2차 공모에도 신청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새집 허가 할 테니 헌집 없애라? = 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2017년 교육부가 전주 에코시티와 혁신도시에 2개 중학교의 신설을 허가하면서 내세운 조건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는 2개 중학교 신설에 맞춰 구도심 2개 중학교를 폐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도교육청은 2020년 말까지 2개 학교의 적정규모화(폐교)를 추진하다가 어렵게 되자, 2년의 시간을 연장 받았다.
이후 부랴부랴 지난 3월 학교 7곳을 ‘우선 폐교 대상 학교’로 선정해 공문을 보냈다. 모두 학생 수가 300명(교육부 적정규모학교 육성·분교장 개편 권고기준) 이하인 학교들이었다. 자진 폐교 응모 계획은 지난 해 5월 전주교육거버넌스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결정됐다.
만일 도교육청이 교육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폐교를 하지 않는다면 300억원 이상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그동안 언급이나 상의 한번 없었다” = 갑작스런 공문을 받은 학교들은 모두 반발했다. 각 학교는 폐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각 교육청에 강력 항의했다.
기린중 비대위는 지난달 1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신설·통폐합이 경제 논리에 좌우되는 것을 결코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군사작전식으로 불과 몇 개월 만에 폐교 학교를 지정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또 “전주에서 300명 이하 중학교가 발생한 것은 전주교육청의 잘못된 학생 배정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측과 전혀 논의가 없었다”면서 “많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교사들도 헌신하면서 교육을 잘하고 있어 상을 줘야 하는 상황에 폐교시키겠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전북지부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전북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북교육청이 그동안 허송세월 하다 느닷없이 학교 폐교를 추진, 학교와 학생들이 날벼락을 맞았다”며 “멀쩡한 학교 폐교 추진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북지부는 또 “근원적인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6년 7월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 및 폐교 활용 활성화’ 정책”이라면서 이를 즉각 중단하고 다른 시도와 협력하여 긍정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린중의 경우 전주교육청에서 지난 4월까지 10억원 이상을 들여 식생활관과 소방시설을 개선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번 폐교 정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 학부모는 “열 번 양보해 1년 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학교에 큰 예산을 들였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린중 비대위는 이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하영민 전주교육장에게 면담 신청서를 보낸데 이어 학교 폐교를 반대하는 3941명의 이름을 담은 서명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강현근 비대위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현 교육감이 물러나기 전인 이달 중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도록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강경한 대응에 난감해 하고 있다. 전주교육청 관계자는 “이달 중 전주교육거버넌스위원회를 다시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