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950원 선도 무너졌다… 엔저 용인하는 일본

입력 2022-06-07 14:33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지난 3월 23일 달러화와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00엔당 950원 선이 붕괴됐다.

원·엔 환율은 7일 오후 2시 현재 100엔당 946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10시쯤 무너진 950원 선이 회복되지 않았다. 달러 대비 환율에서도 엔화의 약세가 선명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31분을 기준으로 1달러당 132.7538엔을 가리켰다고 보도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4월에 이미 2002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간 상태다.

엔화는 달러화, 스위스 프랑화와 함께 금융 위기나 지정학적 위험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통화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따른 금융 시장의 혼란과 물가 상승 국면에서 엔화 가치는 원화보다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이미 올해 초 115엔대에서 지금의 130엔대로 올라갔다. 1달러와 환전하려면 올해 초만 해도 115엔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30엔 이상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가를 포함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일본 통화 당국의 엔저 정책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오랜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으로 엔저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당장 통화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통화 긴축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임금 인상률이 낮은 만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