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손흥민(30·토트넘)이 ‘센추리클럽 가입’ 위업을 달성하기까지의 지난날을 되짚었다.
손흥민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100번째 A매치를 치렀고, 후반 46분에는 2대 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로 자신의 32호 골까지 기록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2일) 브라질(한국 1-5 패)과 경기를 하고 며칠 안 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좋은 정신력과 좋은 자세로 경기에 임해줘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크게 지고 나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어려운 부분인데도 선수들이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하는 만큼 이번 경기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좋은 경기를 했다”며 “내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자축하게 돼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만큼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손흥민은 “100번째 경기여도 지고 나서 축하를 받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며 “동료들이 잘 해줬고 운이 좋게 골까지 넣어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2010년 12월 시리아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어느새 대표팀에서 12년을 보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뛴 경기만 해도 31경기다.
지난 시간을 떠올린 손흥민은 “(100경기를) 뛰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 뒤돌아볼 새도 없이 지나왔다”고 돌이켰다.
이어 “매번 꿈을 꾸기는 했다. 100번째 경기라는 게 10년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대표팀에서 생활해야 하는 건데, 미리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센추리클럽’ 가입이라는 기록을 세운 손흥민은 한국 남자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6경기)과 최다 득점 기록(58골․차범근)을 바라보고 있다. 손흥민은 역대 출전 순위에서 박지성, 조광래(이상 100경기)와 공동 14위에 올랐고, 득점에선 차범근, 황선홍(50골), 박이천(36골), 김재한·이동국(이상 33골)에 이어 통산 득점 단독 6위로 도약했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폭발한 손흥민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레버쿠젠 소속으로 남긴 17골을 넘어 한국 선수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대표팀에서도 차 전 감독의 기록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물 흐르듯 지나가다 보면 그런 업적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업적만 따라가다 보면 팀으로나 개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가지 못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차 전 감독님과 비교당하는 건 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업적을 내가 감히 쫓아갈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할 일을 하다 보면 (기록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손흥민은 “팬들이 축구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게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하겠다”며 “무언가를 더 해달라는 말은 과한 것 같고, 지금처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꼭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