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우루과이전 모의고사’로 평가받는 남미의 강호 칠레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과 손흥민은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칠레와의 역대 전적(1승 1무 1패)을 동률로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선발명단에 변화를 줬다. 브라질전과 비교하면 정우영 나상호 김문환 정승현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벤투 감독은 브라질 전에 골을 기록한 황의조를 대신해 EPL 득점왕 손흥민을 원톱에 내세우는 전술 변화를 택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후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칠레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한국과 칠레는 초반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서로를 압박했고, 공을 뺏으면 빠른 역습을 통해 골문을 노렸다. 균형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깨졌다. 황희찬이 전반 11분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정우영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드리블로 침투한 뒤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칠레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6분 마르셀리노 누녜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터닝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종료 직전엔 벤자민 브레레톤이 결정적 기회를 맞았으나 회심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후반 초반 변수가 발생했다. 알렉스 이바카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칠레를 상대로 추가 골을 노렸다. 손흥민은 후반 22분과 후반 25분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여러 차례 칠레의 골문을 위협한 손흥민은 후반 추가 시간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을 자축했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 5로 대패를 당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대표팀은 이번 승리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탄탄한 신체 능력과 개인기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내는 칠레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월드컵 본선 우루과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칠레의 에두아르도 베리조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대해 “공수 전환도 빠르고, 압박에서도 뛰어난 팀이었다“고 칭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로는 손흥민을 지목하면서 “존재 자체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며 “1대 1일 때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승리도 중요하지만, 보완할 부분을 해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며 “측면 전환이 좋은 편이었고, 앞으로도 남은 경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선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고(故) 유상철 감독을 기리는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전반 6분 관중석에선 ‘기억해 YOU’라는 카드섹션이 만들어졌다. 숫자 ‘6’은 유상철 전 감독이 선수 시절 달았던 등 번호다. 유 전 감독은 췌장암을 앓다 지난해 6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