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화제를 모았던 빌드 중 하나는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의 ‘정복자 르블랑’이었다. FPX와의 그룹 스테이지 첫 맞대결에서 ‘정복자’ 룬을 선택한 허수는 라인전에서 ‘포식자 갈리오’를 꺼내든 ‘도인비’ 김태상과 맞붙었고, 룬 효과를 활용해 우위를 점했다. 자연스럽게 스노우볼을 굴려 탑 교전에서 퍼스트 블러드를 따냈다.
허수에 따르면 정복자 르블랑은 스크림이나 솔로 랭크 연습 없이 즉흥적으로 꺼내든 빌드였다. 지난달 말 게임단 연습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허수는 창의적 빌드의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는 “밴픽 구도에서 정복자 르블랑이 좋아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에게 ‘정복자 르블랑을 하겠다’고 말한 뒤 픽을 락인했다”고 말했다.
초반 원거리 견제에 약한 갈리오 상대로 정복자 효과를 발동시키는 것 외에도 부가적인 이득을 노린 수였다. ‘정밀’ 빌드의 강점을 100% 활용하고자 했다. 허수는 “당시 FPX 조합에 군중제어기(CC기)가 많았다. ‘전설: 강인함’ 룬을 선택해 CC 효과를 약화시키고자 했다. 또한 갈리오가 ‘암흑의 인장’이나 ‘도란의 반지’를 사오면 ‘체력차 극복’ 룬의 효과도 극대화될 거로 봤다”고 설명했다.
허수는 AP 챔피언으로 ‘롱소드’를 산 뒤 라인전을 치르는 빌드를 롤드컵 전부터 고안해왔다. 맞라이너가 마법 저항력 파편을 선택할 것을 예상해 AD 능력치를 높인 뒤 기본 공격을 활용해 딜 교환을 하는 방식이다. 2020년에도 상대 라이너가 카사딘을 선택하자 ‘수확의 낫’을 사는 조이로 라인전 초반에 재미를 보기도 했다.
허수가 르블랑으로 ‘감전’ 외의 룬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중국 ‘LoL 프로 리그(LPL)’다. 그는 “LPL의 ‘포포’ 주 쥔란 선수가 르블랑 대 카사딘 구도에서 ‘칼날비’ 룬에 수확의 낫으로 라인전을 풀어나간 데서 영감을 받았다. ‘갈리오나 카사딘을 상대할 땐 AD 챔피언이 좋다’는 지식을 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고의 르블랑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수지만, 1부 리그에 갓 데뷔했던 2019년엔 르블랑 숙련도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당시엔 르블랑을 잘하지 못했다”며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대인 감독님께서 르블랑을 플레이할 때의 마인드를 바꿔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