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거슬렸나’ 다시 시작한 중국의 전기차 굴기

입력 2022-06-06 16:32
중국 BYD의 전기차 ‘한 EV’. 연합뉴스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독보적 규모를 자랑하는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점유율 확장을 꾀하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 총공세’를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기싸움을 하듯 전기차 지원 정책을 다시 가동했다.

6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6.9%에 달했다. 독일(19.0%), 일본(18.5%), 미국(11.4%), 한국(2.6%)을 압도한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점유율은 70%를 넘지만, 두 나라의 시장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중국은 한 해 신규 등록차량이 2500만대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자동차 산업을 더 키우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올해 말까지 엔진 배기량 2.0ℓ 이하, 판매가격 30만 위안(약 5600만원) 이하 승용차의 취득세율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제한했던 번호판 등록 대수를 늘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995년 이후 태어난 중국인은 중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 육성정책은 결국 중국 완성차 업체의 입지를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경쟁력에서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72만8144대로 2위 미국(49만298대), 3위 독일(36만8908)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은 전기차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지원 규모를 줄여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만료 예정인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방정부에선 2019년 중단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부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지인 광둥성은 최근 친환경차 49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하이시, 장쑤성, 저장성, 지린성 등도 비슷한 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전기차 지원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령으로 전기차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또 미국이 최근 전기차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31억6000만 달러(약 4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현대차, 리비안, 포드 등은 현재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고 있거나 신축·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이런 행보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발판 삼아 자동차 생태계의 판을 뒤엎으려 하고 있다.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전략을 다각도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