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팍팍한 미화원들, 주식으로 ‘한탕’ 꿈꾼다… 드라마 ‘클리닝 업’

입력 2022-06-06 16:18
사진=JTBC 제공

홀로 아이 둘을 키우며 증권사 미화원으로 일하는 어용미(염정아)는 삶이 팍팍하다. 돈은 없고 빚만 있다. 대걸레를 들고 건물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그는 우연히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주식 정보로 내부자 거래를 하는 것. 불법이지만 빚 독촉에 시달리는 용미에겐 도덕적인 판단을 할 여유가 없었다.

고된 인생에 지친 미화원들이 ‘인생 한방’을 꿈꾸는 JTBC 드라마 ‘클리닝 업’이 지난 4일 첫 방영됐다. 연기파 배우 염정아가 3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전소민과 합을 맞추면서 방영 초부터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주식으로 ‘한탕’을 노린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면서 주식으로 희망을 품어본 적이 있는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사진=JTBC 제공

베스티드 투자증권의 용역 미화원인 용미는 ‘아무도 미화원은 의심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증권사 직원들은 미화원을 쓰레기를 치워주는 사람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용미는 동료인 안인경(전소민)을 꼬드겨 범죄에 가담시킨다. 인경은 돈 때문에 범죄까지 저지르는 게 찝찝했다. 처음엔 용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 달에 2만원 내는 기부금도 돈이 없어서 못 하겠다는 인경은 “돈 때문에 착한 일도 못하고 사는데 돈 때문에 죄까지 지어야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용미가 두 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용미는 회사에서 버젓이 내부자 거래를 하는 이영신(이무생) 등 증권사 직원들을 보며 “아무 가책 없이 불법을 저질러도 저렇게 잘들 사는데 왜 내 인생만 구질구질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한다. 회사에서 얻은 정보로 실제 주식 차익을 보면서 용미는 점점 자신의 범죄에 확신을 갖게 된다.

용미나 인경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화원들은 다들 빡빡하게 살아간다. 남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미화원 맹수자(김재화)는 파트장에게 잘 보이려고 동료 미화원의 일거수일투족 일러바친다. 동료가 탕비실에서 과자를 먹는 것까지 고자질해 욕을 먹는다. 용미는 그런 수자를 보며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잖아. 왜 자꾸 돌을 던져”라고 말한다. 수자를 좋아하진 않지만 같은 처지에 놓인 그를 이해했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진=JTBC 제공

‘클리닝 업’은 영국 ITV에서 방영된 동명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범죄물이지만 코믹하고 무겁지 않게 담아내는 게 매력이다. 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염정아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벌이는 용미를 시청자가 인간적으로 이해하게끔 만들려면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염정아가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연출을 맡은 윤성식 감독은 지난 2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잃을 것은 없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들의 발칙한 도전을 담았다”며 “인물의 감정선을 훨씬 디테일하게 다루기 때문에 원작과는 결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이어 “긴장감 있으면서도 웃기고, 설레기도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