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붕괴참사가 오는 9일 1주기 추모식을 치른다. 그동안 다양한 재발방지 대책이 제시됐지만 7개월만에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다시 불러온 건설업계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추모식을 1년전 참사 발생시각에 맞춰 열기로 했다.
‘위혼의 무대’를 시작으로 한 추모식은 붕괴참사가 난 9일 오후 4시22분 1년간 묵념에 이어 기독교와 천주교 단체 대표 등의 기도와 함께 안전문화 시민공모전 수상작 전시회로 이어진다.
17명이 사상한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그동안 경찰수사를 통해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로 드러났다.
건물 해체 계획서와 안전관리 계획을 묵살한 불법 공사, 부실한 하부 보강, 과다한 물뿌리기 작업 등이 건물붕괴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재개발 사업의 실질적 첫 단계인 철거는 불법 다단계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쪼그라들어 끔찍한 붕괴참사를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동 4구역의 경우 철거 업체간 이면 계약을 통해 당초 3.3㎡당 28만원에서 10만원으로 반토막 이하로 줄더니 최종적으로 4만원에 날림공사가 이뤄졌다.
사고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은 과실책임이 드러난 HDC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를 포함한 5명을 구속하는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불거진 공무원 1명도 검찰에 넘겼다. 이후 참사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20여 차례의 재판이 열리는 동안 구속된 원청 현장소장과 하청·불법 재하도급 업체 측은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만 벌이고 있다.
사고회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역시 7개월만인 지난 1월 6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다시 일으키는 등 고질적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도심 한복판에서 2차례의 붕괴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각종 대책을 서둘렀지만 역부족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광주시내 공사비 20억원 이상 토목건축 현장 202곳에 긴급 현장조사팀을 파견해 전수 안전감찰에 나섰지만 형식적 점검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많다.
재개발 공사에 참여 중인 근로자 김모(55)씨는 “해체공사 감리자가 상주하고 지자체 점검도 강화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실감하기 어렵다”며 “소규모 철거현장의 안전불감증은 더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실토했다.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는 지난해 6월9일 오후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통째로 붕괴된 건물 더미가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와 승객 등 8명은 크게 다쳤다.
시는 철거건물 붕괴참사를 막기 위해 건축물 해체 공사장의 안전관리 대책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호·복구지원 조례를 제정해 추모일 지정, 추모공간 조성 등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수십년간 굳어진 건설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관련법 개정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처벌과 규제 강화로만 부실공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