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음악방송을 진행하면서 클래식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법으로 가곡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우리말로 부르는 한국 가곡의 경우 외국 가곡보다 정서적으로 더 감동적이거든요.”
배우 강석우(65)는 2015년부터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CBS음악FM ‘아름다운 당신에게’(매일 오전 9~11시)를 진행하며 클래식 전도사로 활약했다. 올 초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직후 일시적 시력 악화로 라디오 DJ를 하차하기 전까지 강석우는 한국 가곡을 꾸준히 틀었다. 가곡 예찬론자인 그가 오는 9~10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시를 노래하는 가곡 with 강석우’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창작 가곡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창작 가곡 콘서트를 앞둔 그를 최근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국내 공연계의 가곡 붐에 제가 조금은 일조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 실제로 2015년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처음 시작할 때 담당 PD에게 가곡을 틀자고 제안해 ‘10시 가곡’ 고정 코너가 생겼거든요. 당시만 해도 클래식 방송에서 가곡을 트는 것은 KBS클래식FM ‘노래의 날개 위에’ 정도였는데, ‘10시 가곡’의 반응이 좋자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가곡을 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뒤 청취자에게 가곡 얘기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가곡을 작곡해서 들려드리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번 콘서트의 출발점입니다.”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늘 음악과 함께 살아온 것이 그의 가곡 작곡 도전의 토대가 됐다. 초등학교 시절 성가대 활동에 이어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친 그는 대학 시절 명동에서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나마 제대로 배운 것은 1998년 시작한 색소폰인데, 그는 오케스트라 협연도 했을 만큼 수준급 연주력을 자랑한다.
“가곡을 작곡하려면 아무래도 멜로디 라인을 잡기 위해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가 도움이 되는데요. 예전에 가수 김수철 때문에 사 놓았던 키보드를 활용했죠. 김수철이 저와 배우 송승환 등 오랜 친구들에게 밴드를 만들자고 해서 샀던 건데요. 밴드는 흐지부지됐지만 결과적으로 키보드가 가곡 작곡에 쓰이게 됐죠.”
가곡이 시에 선율을 붙인 음악이다 보니 작곡만이 아니라 시를 쓰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강석우는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글로 쓴 뒤 압축하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선율을 붙인 뒤 다시 한번 가사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작곡이나 작사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궁금한 부분을 용감하게 묻는가 하면 완성한 곡을 들려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그의 창작가곡은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그리움조차’ ‘4월의 숲속’ ‘내 마음은 왈츠’ 등 6곡과 함께 지난해 11월 완성해 아내에게 헌정한 ‘시간의 정원에’까지 모두 7곡이다. 그는 “어떤 음반사가 7곡을 쓰면 음반을 낼 수 있다고 해서 라디오 방송 중 7곡을 쓰겠다고 말했다. 당시 2년을 기간으로 잡았는데, 무려 6년이 걸렸다”면서 “늦어지긴 했지만, 이번 공연으로 청취자와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가곡 때문에 저작권료도 들어온다. 지난달에 2300원 들어왔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이 만든 가곡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피아노만이 아니라 실내악 편성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 등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참여해 ‘청산에 살리라’ ‘내 맘의 강물’ ‘마중’ 등 한국 대표 가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앞으로의 가곡 작업에 대해선 “지금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번 작업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청취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으로 이어왔다. 가곡을 직접 만드는 것은 모르겠지만 가곡 콘서트는 앞으로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