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정진석 비판에 “어차피 기차는 간다”…충돌 양상

입력 2022-06-06 12:32 수정 2022-06-06 14:12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국회부의장 정진석 의원은 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자기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에서 이 대표가 앞의 문구만 일부 생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어 페이스북에 과거 정 의원이 “우리 국회가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썼던 글을 공유했다.

당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와 정 의원 간에 사실상 공개 충돌 양상이 빚어지면서 당 주도권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변 분들이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는 왜 간 거냐. 좀 뜬금없지 않으냐’라고 묻는다”는 글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캡처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 그룹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방문에)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며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여당 정치인은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전쟁으로 빚어진 인도적 참상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는 곤란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 협조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를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은 윤석열정부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우리 당 후보들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정 의원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 묻는 이들이 많다”며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 직후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공천 개혁을 시사한 것을 직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이 내정된 것에 대해 ‘당협 쇼핑’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준석, 과거 정 의원과 우크라이나 의원 만남 글 공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정 의원이 글을 올린 후 우크라이나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쯤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후 이 대표는 정 의원이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안드레이 니콜라엔코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사무실에서 만났다”며 올린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은 “이분들이 우크라이나 친선 배지를 제게 달아주며 도움을 호소했다”며 “우리 국회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을 만났던) 안드레이 니콜라엔코 의원이 저희 일정 내내 함께 해주고 있다. 정 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꾸려진 대표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페이스북에 “대표단과 러시아 침공 이후 키이우 복원을 위한 협력과 공동 사업 분야를 논의했다”며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해외 파트너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