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항전하는 조국에 희망을 선사하려 했던 우크라이나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월드컵 본선행의 마지막 관문에서 웨일스에 1골 차이로 석패했다.
우크라이나는 6일(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웨일스에 0대 1로 졌다. 승부를 결정한 결승골은 전반 34분 우크라이나 미드필더 안드리 야르몰렌코의 자책골이었다. 야르몰렌코는 웨일스 공격수 개러스 베일의 프리킥을 머리로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을 우크라이나 골문 안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좌절한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야르몰렌코에게 우크라이나 동료 선수들은 다가와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승부를 뒤집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 통계에서 공 점유율 67%, 슛 21차례, 유효슛 9차례로 우크라이나의 우세였다. 웨일스의 슛 10차례 중 골문을 정확하게 노린 유효슛은 3차례뿐이었다.
웨일스는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차단했다. 웨일스 골키퍼 웨인 헤네시의 ‘슈퍼세이브’가 빛났다. 웨일스는 유럽에 마지막 1장만 남은 본선 진출권을 낚아챘다. 웨일스에도 월드컵 본선행은 절박했다. 이날 승리로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무려 64년 만에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로 편성돼 잉글랜드, 미국, 이란과 16강 진출을 경쟁한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을 지휘한 올렉산드르 페트라코우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대표팀의 노력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책골로 결승골을 헌납한 야르몰렌코에 대해 “팀을 위해 뛴 그에게 고맙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대표팀에서 비난을 받을 선수는 없다”고 위로했다.
SNS에선 야르몰렌코를 위로하는 게시물이 빗발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야르몰렌코(yarmolenko)를 해시태그 한 한 우크라이나 이용자는 “안드리(야르몰렌코)가 울지 않길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승리의 기쁨만큼 필요한 건 좌절해도 다시 일어날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