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갖고 튀어”·… 산업기술 유출 사범 96명 검거

입력 2022-06-06 11:46

A씨는 경쟁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자신이 다니던 반도체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내부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뒤 캡처해 이미지 파일로 저장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이미지 파일 14장을 자기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해 보관했다. 충북경찰청은 A씨의 범행 사실을 파악하고 검거해 검찰로 송치했다.

부산의 한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거래처였던 B기업의 핵심기술을 활용해 부품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B사는 납품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기술에 대한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들은 해당 자료를 외국 기업에 넘겼고, B사 동의 없이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생산, 판매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피의자 4명(법인 포함)을 검거해 송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5월 100일 동안 ‘산업기술유출 사범 특별단속’을 벌여 96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영업비밀 유출 사건이 16건(69.5%)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기술 유출(4건·17.4%), 업무상배임(3건·13%)이 뒤를 이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도 3건 포함됐다.

특히 중소기업 피해(18건·78%)가 대기업 피해(5건·22%)보다 많았으며, 임직원 등 내부인에 의한 유출(21건·91%)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 간 기술유출(19건·83%)이 국외 기술유출(4건·17%)에 비해 많았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단속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35명을 송치했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들을 경력으로 채용하면서 핵심 기술을 요구해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경남경찰청은 군사 장비를 허가 없이 외국으로 수출하고 핵심 부품 등 2종 도면을 해외 기업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등 6명을 송치하고 범죄수익금 79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번 단속에 국가수사본부 직속 안보수사대와 17개 시도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 인력 전원을 투입했다”며 “오는 10월 말까지 특별단속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