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대가리로 뭐 할래”… 상사 폭언, 멍드는 직장인

입력 2022-06-05 18:35

A씨는 회의 시간에 상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는 말을 들었다. 폭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너 같은 XX는 처음 본다” “정말 안 될 놈이다” 같은 말도 자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모멸감과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513건 중 상사의 모욕과 명예훼손이 179건(34.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상사의 폭언 탓에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B씨는 “상사가 ‘그런 대가리 들고 뭐 할래’ 같은 폭언을 해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먹고 살아야 해 참아보려고 했는데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는 발언 중 욕설이 포함되지 않았어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 증언 등 증거를 모아 고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모욕, 인격 비하 등 언어폭력은 만연하게 일어나는 갑질 행위이지만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고 즉각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4~31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3.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역시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많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