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대항마’로 손꼽히며 무섭게 성장한 두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나란히 고전하고 있다. 부족한 생산 역량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핵심임원 이탈, 화재, 리콜 등의 악재마저 잇따르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두 회사는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쇄신에 나섰다.
리비안은 세계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R1T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최고출력 800마력, 제로백 3초, 주행거리 505㎞의 성능을 갖췄다. 아마존이 배달용 전기밴 10만대를 주문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아마존의 전기차’로도 유명해졌다.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 78달러였던 주가는 금세 179달러까지 치솟으며 포드와 GM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리비안이 상장한 바로 다음 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트윗을 남겼다. “나는 그들(리비안)이 대량생산을 하고 손익분기를 넘는 현금흐름이 가능하길 바란다. 수백개의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지만 지난 100년간 미국에서 이게 가능했던 회사는 테슬라뿐이다.”
머스크의 우려를 리비안은 그대로 겪고 있다. 당장 생산역량이 받쳐주지 않아 예약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의 공급망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 CEO는 지난 4월 “세계 배터리 셀 생산량을 합쳐도 향후 10년간 수요의 10%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도 떠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2019년 리비안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향후 전기차 개발을 함께 하자는 협정을 맺었지만, 최근 주식 800만주를 매각하고 협정도 파기했다. JP모건은 리비안 주식 1300~1500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업계에선 아마존마저 리비안을 손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근엔 R1T 개발을 이끌었던 찰리 음와이 제조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했다. 지난달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석 달 만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스카린지는 “성장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모든 것이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루시드모터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향후 10년 간 최대 10만대의 전기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문량은 늘고 있지만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루시드모터스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 물류 문제, 중국 공장 폐쇄 등으로 지난 1일부터 에어 가격을 10~12% 인상했다.
리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디스플레이에 결함이 있는 루시드 에어 1100대를 모두 리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도 부품 결함에 따른 사고 우려로 에어 200여 대를 리콜했었다. 루시드모터스는 최근 글로벌 제조 담당 임원을 교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7일 “테슬라도 대량생산에 성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거쳤는데 지금은 대외악재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고난의 시기는 몇 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