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서로 다른 지역 4곳에서 이동식발사대(TEL)를 통해 2발씩 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첨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한 번에 발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유사시 동시다발적 공격을 통해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가 항공모함을 동원한 해상 연합훈련을 마친 다음 날 북한이 곧바로 반발성 도발에 나서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하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이후 결과를 보고받고 “북한이 올해만 약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상시 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확장 억제력과 연합 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8분쯤부터 9시43분쯤까지 평양 순안·평안남도 개천·평안북도 동창리·함경남도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들의 비행거리는 약 110~670㎞, 고도는 약 25~90㎞, 속도는 마하 3~6 등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이태큼스(KN-24)·초대형 방사포(KN-25)를 비롯해 신형전술유도무기 등을 망라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이 여러 지역에서 다른 기종의 미사일을 섞어 쏜 것과 관련해 미사일 요격과 발사 원점 타격 등 우리 군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등 모두 3발을 섞어 쐈다.
윤 대통령은 별도의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이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것은 정부 임기초 안보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며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위협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하루빨리 깨닫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도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미 해군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를 동원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미가 양국 연합훈련 차원에서 핵 추진 항모를 동원한 것은 4년 7개월 만이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미 양산된 무기를 한·미연합훈련 대응 목적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미 항모에 대한 대응 사격 능력이 있다는 걸 뚜렷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문동성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