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목 떨어지는데 ‘에너지’만 상승… 친환경, 화석연료 주 동반 강세

입력 2022-06-06 06:00

증시에서 에너지 관련 종목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주가 오르면 석유·석탄 관련 주는 하락하는 등 대결적인 구도였지만 이번엔 둘 다 강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당장 에너지 위기를 해소할 화석연료 수요가 폭발한 데 이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업종별 지수에서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9.9%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지수는 대부분 석유화학 종목으로 구성돼있다. 테마별 지수에선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가 6.03% 올라 상승률 4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저탄소 솔루션(감축 기술, 제품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 1~4위는 모두 유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상품이 차지했다.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은 무려 41.78% 상승해 1위에 올랐다. 미국의 원유 생산 우량 기업 41개로 구성된 ‘S&P Select Sector Energy Index’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가 30.91% 올라 2위를 기록했다. ‘KODEX WTI원유선물(H)’(26.53%) ‘TIGER 원유선물Enhanced(H)’(26.49%)가 뒤를 이었다.

이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격화하며 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방의 경제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하는 등 강경 조치를 내리자 국제유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77.03달러였지만 전쟁 직후 급등해 3월 8일엔 사상 최고치인 122.53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유(WTI)도 마찬가지로 76.08달러에서 123.7달러로 치솟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유가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3개월(3월 2일~6월 3일) 상장지수펀드(ETF) 등락률 1~10위.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캡처

친환경 테마는 화석연료의 급부상에 소외됐지만 5월 이후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하며 지난해 말 수준을 회복했다. 국내 친환경 관련주를 담은 ‘TIGER Fn신재생에너지’는 3개월간 15.95% 올라 상승률 8위에 올랐다. 3일 기준 가격으로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 ‘KINDEX 미국친환경그린테마INDXX’도 11%대 수익을 올리며 각각 상승률 13위, 15위에 포진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8일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을 끊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에너지 안보 계획인 ‘리파워EU’를 발표했다. 30일엔 EU 27개 회원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가량 금지하는 제재에 합의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개별 기업 주가도 최근 급등세다. 풍력 관련주인 씨에스베어링은 지난달 12일 1만2200원으로 최저점에 근접했지만 지난 3일 기준 56.97% 오른 1만9150원에 마감했다. 유니슨도 2주 전 대비 30% 이상 올랐다. 태양광주 SDN와 한화솔루션 역시 지난달 중순 대비 각각 63%, 30% 이상 상승했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수소법) 개정안 통과 호재가 반영된 영향으로 수소 관련주인 효성첨단소재와 비나텍도 지난달 중순 이후 15%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탈러시아 정책으로 태양광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