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가 강남역을 비롯한 서울 50개 지하철역 부역명을 판매한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자 부대수입 확대를 목표로 대거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7일부터 지하철 1~8호선 내 50개역의 역명 병기 유상판매 사업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역명을 사용할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5일 밝혔다. 역명 병기 사업이란 ‘신용산(아모레퍼시픽)’역처럼 기존 역명에 기업·기관 등의 이름을 부역명으로 병기하는 사업이다. 부역명은 폴사인과 출입구, 승강장, 안전문, 전동차 단일노선도 등 10종의 역명판에 표기된다.
이번 판매 대상은 계약기간 만료 후 새 사업자를 구하는 8개역에 더해 42개역이 추가됐다. 새로운 대상역에는 전국 지하철역 수송 인원 1위를 기록하는 강남역과 주요 환승역인 여의도·공덕·신도림역 등이 포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을 1차 20개, 2·3차 15개씩으로 나눠 순차 입찰을 진행한다.
역명 병기 사업 입찰을 위해서는 기업·기관이 서울 시내 역에서 1㎞ 이내, 시외는 2㎞ 이내에 위치해야 한다. 낙찰 기업·기관은 3년간 원하는 기관명을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으며 재입찰 없이 1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입찰 종료 후 역명 병기 유상판매 심의위원회를 거쳐 1~3차 개찰 결과에 따라 낙찰 대상이 선정된다.
역명 안내표지 등의 변경·정비는 낙찰자가 부담하며 계약 체결 후 60일 이내에 공사와 협의해 추진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역명 병기는 기업·기관에는 공신력 있는 홍보 기회를, 역 이용객에게는 부역명을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낙찰 기업의 90%가 재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 재개 이후 신용산역과 을지로4가(BC카드)역, 역삼(센터필드)역 등이 부역명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새로운 수입 창출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소규모 지방 사철이 도입을 시작한 일본의 경우 2013년 대형 사철인 게이큐 전철이 본격 사업을 개시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인도 델리 지하철 등도 역 명명권을 판매 중이다. 한편에선 역명 병기로 지하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역명병기 유상판매 심의위원회에서 꼼꼼히 심사해 적합한 기업·기관만을 선정하고 있다”며 “재정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업을 알릴 수 있는 ‘윈-윈’사업”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