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 임용이 이례적으로 무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선 7·8기 교체와 상관없이 법령에 따라 임기직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교통문화연수원 이사회가 지난 2일 임원추천위가 추천한 원장 후보자 추천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임원추천위가 서류심사 통과자 5명 중 면접을 통해 최종 압축한 2명을 원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데 동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사회가 유례없는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교통문화연수원장 임용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민선 8기 출범을 2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달 2일 산하기관 2곳의 ‘수장’ 공모를 강행하면서 불거졌다. 당연히 민선 7기 임기를 마쳐가는 이용섭 광주시장의 ‘허락’과 ‘동의’가 전제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졌다.
시는 이사장·대표이사 등이 임기를 채운 4곳 중 규모가 작은 교통문화연수원장·자원봉사센터 2곳은 정원이 10여 명에 불과한 실무형 기관에 불과하다며 원장·센터장 공모를 서둘러 추진했다.
이 시장도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환경공단·관광재단 2곳은 대승적 관점에서 정책적 공조가 필요한 민선 8기로 ‘임명권’을 넘기겠지만 일상적 업무를 집행하는 2곳은 공석으로 비워두기보다는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를 폈다.
하지만 민선 7기 말 뒤늦게 공모에 들어간 교통문화연수원장 임용이 이사회 표결 끝에 좌절되면서 재선에 실패한 이용섭 광주시장만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이 시장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전해진 인사가 임원추천위 추천을 받고도 원장 자리에 앉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 권력 교체기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라는 비난과 임기 말 시장 측근 심기라는 뻔한 뒷말을 무릅썼지만 결국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셈이 됐다.
이 시장은 지난달 말 임기 마지막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공공기관장 자리를 승자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안타깝다”며 법령에 따른 임기직 기관장 교체의 정당성을 애써 강조했으나 헛물만 켰다.
그는 6·1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제출된 교통문화연수원장 추천 동의안이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3일 SNS에 “세상인심 참 야박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라고 적었다. 염량세태(炎涼世態)의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혔다.
그는 지난 4월 26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내 광주시장 경선에서 광주 북갑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본선이나 다름없는 당내 경선에서 강 후보는 57.14%의 득표율로 현직 프리미엄에도 42.86%에 그친 이 시장을 큰 표차로 눌렀다. 이어 지난 1일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압도적 지지로 무난히 당선돼 민선 8기를 이끌게 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