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까지 소개된 韓 테슬라 짝사랑 “머스크 빼면 5위”

입력 2022-06-05 11:45 수정 2022-06-05 20:22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에 신설한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AP뉴시스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에게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가장 선호되는 종목 중 하나다. 서학 개미가 지난달 테슬라를 1조3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해외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종목은 테슬라다. 10억35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 나스닥이 하락장에 들어갔던 지난해 12월 10억57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매수액이 집계됐다.

테슬라는 지난 4월만 해도 1000달러를 웃돌던 주가가 최근 7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ESG지수 탈락,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공화당 지지 선언과 성추행 의혹, SNS 플랫폼 트위터 인수의 혼탁한 과정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다. 여기에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공매도가 테슬라 주가를 억눌렀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지난달 한때 연중 최저점인 620.57달러로 내려갔다. 지난달에만 12.9%나 급락했다. 서학 개미들은 테슬라의 이런 하락을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달 들어 반등을 시도하다가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4일 나스닥에서 무려 9.22%(71.45달러) 급락한 703.55달러에 마감됐다.

서학 개미들의 ‘테슬라 사랑’은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서 소개될 만큼 각별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한국 투자자들이 테슬라 시가총액의 1.5%가량을 소유했다. 머스크를 빼면 5번째로 큰 주주 집단”이라며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레버리지 상품 같은 변동성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투자자에게 테슬라는 부합한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시총은 7288억8000만 달러(약 912조5600억원)로 나스닥 5위,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그중 1.5%의 비중이 서학 개미의 손에 들려 있다.

테슬라는 서학 개미들의 ‘짝사랑’에 가까운 순매수에도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머스크의 경영 방식 탓에 이번 주에도 주가 반등에 실패했다.

머스크는 지난 2일 임원들에게 ‘세계 채용 중단’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 미국의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느낌이 좋지 않다”며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직원을 약 1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립이 계속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고용과 관련한 연설을 마친 뒤 머스크의 감원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머스크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다른 자동차 기업) 포드는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달나라 여행에 행운을 빈다”고 비꼬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