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의 마을회관”…전철역서 가까운 ‘밥퍼’ 북적

입력 2022-06-05 10:23 수정 2022-06-05 10:38
2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은 노인들이 배식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이의재 기자

독거노인 이모(76)씨는 지난 2일 오전 8시 아픈 허리를 이끌고 경기 남양주 집을 나섰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려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50분쯤. 배식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지만 이씨는 좋은 자리를 미리 맡기 위해서 일찍 이 곳을 찾는다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집 근처 무료급식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확산으로 급식소가 문을 닫았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갈 곳이 없어졌다. 밥퍼가 전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식사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이씨는 매일 2시간 가량 이동해 이 곳을 찾는다. 이날 얼굴을 익힌 다른 노인들과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이씨는 낮 12시쯤 다시 집으로 향했다.

밥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무료급식 500인분을 준비해 제공한다. 이날 메뉴는 계란찜, 청경채된장무침, 김치, 흑미밥, 들깨미역국 그리고 외부에서 후원받은 빵이 나왔다.

이 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혼자 사는 노인들이었다. 어떻게 왔는지를 물어보자 대부분 교통비 부담이 없는 전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이씨처럼 전철이 닿는 수도권 전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밥퍼를 찾아 모여든다. 이날도 배식 시작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이미 50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식당에 모여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군자(81)씨는 밥퍼에서 사람들과 만나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남편,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지낸다는 이씨는 “매일 여기서 점심을 먹고 들어간다”며 “여기라도 와야 지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밥퍼 부본부장은 “(무료급식소는) 끼니를 때우는 곳일 뿐아니라 혼자 지내는 노인들의 마을회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실내 단체 배식이 재개됐을 때 ‘이제야 살겠다’며 식당으로 들어서던 노인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만큼 노인들에게 사회적으로 교류할 공간이 절실했다는 것”이라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