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터져 나온 것에 대해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친문 의원들을 겨냥해 ‘당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도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은 적절치 않다며 엄호에 나섰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마치 ‘작전’ 하듯이 국회의원 10여분께서 일제히 SNS에 글을 올리고 일부는 방송에서 일방적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 논의가 선거 전부터 계속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선거 당일 낮 12시에 모여서 회의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의원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이재명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고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국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간절하게 선거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것은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분열해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의원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 국민과 당의 이익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전당대회가 혁신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당을 새롭게 바꾸는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말이 많이 거칠다”며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자기당 동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경쟁자를 죽이겠다고 덤비는 심보는 제발 아니길”이라며 “한 번 더 칼질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민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겨냥해 “문재인정부 요직을 지냈거나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까지 하신 분들”이라며 “이번 선거를 직접 지휘한게 아니라 해서 면책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우가 쓰러졌으면 우선 상처를 치료한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이 지방선거 후 계파 갈등으로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는다며 엄호에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 “우리 스스로에게 침 뱉고 우리 스스로 눈을 찌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불거진 ‘책임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 ‘문 후보는 국회의원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라’고 주장한 의원들이 있었다. 그 후로 문재인을 흔들던 사람들은 끝내 탈당하고 딴 살림을 차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012년 당시 문재인을 공격하면 안 됐듯이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에 상처를 내고 공격하면 안 된다”며 “우리 민주당에 득이 될 게 없고 저쪽 사람들만 이익이고 좋아할 일”이라고 했다.
이재정 의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친문 의원들을 겨냥해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이 말씀이 빠르시다”며 “솔직히 이낙연 전 대표도 사당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개혁 과제를 스톱(중단)시키고 본인의 대권 행보로만 당을 활용했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했던 이낙연 전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김용민 의원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과 당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며 “당권 장악 등 권력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당 외부 정치세력과 권력투쟁을 피하는 정치인들은 결국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고 의원은 “이재명 의원을 더 큰 곳에 썼어야 했는데 비대위 결정을 비판하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 했는데 일부 몇몇 인사들이 언론의 제목장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고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의 계양을 출마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게 후회스럽다’는 취지로 말했었다.
고 의원은 “앞으로도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프레임이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믿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