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새 장관과 ‘으쌰으쌰’ 부처와 달리 조용한 국책硏

입력 2022-06-04 07:30 수정 2022-06-04 07:30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부처가 새 장·차관 지휘 아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일부 국책연구기관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코드 인사’ 평가가 나왔던 기관장이 재직 중인 기관들은 몸을 낮추고 있다. 새 정부 국정 철학과 기관장 성향이 정반대다 보니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이 대표적이다. 홍장표 KDI 원장은 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문 정부 부동산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진보 성향 학회에서 활동해온 인사다. 두 기관장 모두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중시하는 정책 기조에서 현 정부와 차이가 크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면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사표를 내는 게 관행이었지만, 문 정부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달라졌다. 한때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표를 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원장과 강 원장의 임기는 각각 2024년 5월과 10월까지인데 관가에서는 이들이 임기를 채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4일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국책사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많이 수행하는데 기관장과 정권의 철학이 정반대면 연구자들도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책연구기관은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연구하기 때문에 기관장 성향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깝다. 원활한 정책연구를 위해 정부가 과거처럼 기관장에 대한 직접적 사표 종용 대신 기관평가나 감사 등으로 우회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예 기관장 임기를 2년 6개월로 고쳐 대통령 임기와 같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