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명 동의한 ‘스파링 학폭’ 가해자… 항소심 감형

입력 2022-06-03 17:37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격투기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 폭력으로 동급생을 중태에 빠뜨렸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일진’ 고등학생 2명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3일 중상해·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군(18)과 B군(18)의 항소심에서 장기 4년∼단기 3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의 범행은 1심에서 총 3개 사건으로 나눠 처벌받았다. 재판부는 각각 장기 8년∼단기 4년, 장기 6개월∼단기 4개월, 장기 10개월∼단기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번 항소심은 세 사건이 병합돼 열린 것이다.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형량을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들이 소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에 출소할 수 있다. 소년법상 유기 징역형의 법정 최고형은 장기 10년~단기 5년이다.

A군과 B군은 지난해 11월 28일 인천시 중구 한 복싱체육관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급생 C군(17)을 심하게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싸움을 가르쳐 주겠다”며 C군을 강제로 체육관에 부른 뒤 헤드기어와 권투 글러브를 주고 링 안에서 폭행했다. A군이 실제 권투 진행 방식에 맞춰 5분 동안 스파링을 하면서 C군의 얼굴 등을 때렸고, 1분 휴식 후 B군이 링에 들어가 C군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A군과 B군은 C군이 기절했음을 인지했지만 119를 부르지 않고 기절한 C군을 그대로 두고 놀다가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자 물을 뿌리고 차가운 바닥에 이리저리 끌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C군은 뇌출혈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여 만에 깨어났지만,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이들은 같은 해 9월과 11월 동급생인 다른 피해자들을 심하게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각각 추가 기소됐다.

C군 어머니가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 캡처

이 사건은 C군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의 엄벌을 탄원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C군 어머니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날까 두렵다. 가해 학생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금방 풀려나고,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37만5026명의 동의를 받고 종료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