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입금문자 보니 명퇴 처리… 상상 못한 결말”

입력 2022-06-03 08:51
서지현 검사. 뉴시스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명예퇴직 처리된 사실을 전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TF 팀장으로 파견돼 활동해 온 서 검사는 최근 검찰 복귀 명령을 받자 사직서를 냈다.

서 검사는 2일 저녁 페이스북에서 “오늘 오전 아무런 연락 없이 은행 입금문자가 울렸다”며 “법무부나 검찰로부터는 어떤 연락도 못 받았지만 알아보니 20년 3개월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 처리가 된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37살에 최초 특수부 여검사가 되고, 2번의 법무부 장관상과 12번의 우수사례 표창을 받고, 최초로 영상녹화조사 매뉴얼, 장애인 조사 매뉴얼 등을 스스로 만들며 젊음과 일상을 바쳐 일할 때는 이런 결말을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장례식장 이후 12년, 미투 이후 4년 4개월을 견뎠다”며 “퇴임식도 퇴직 인사도 하물며 퇴직 통보나 안내마저 없이, 이렇게 종결되는 검사로서의 삶에 다행히 눈물은 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뜻밖에도 ‘쿵’소리를 내는 심장에 조용히 말해주었다. ‘이제 다 끝났어’”라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지난달 16일 법무부로부터 원청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 명령을 받자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이날) 오후 4시 회의를 위한 출장길에 (수원지검 성남지청) 복귀 통보를 받고 짐 쌀 시간도 안 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것의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대복귀 조치는) 예상했던 대로이고, 전 정권에서도 4년 동안 부부장인 채로 정식 발령도 못 받는 등 인사를 잘 받은 적이 없다. 끊임없이 나가라는 직설적인 요구와 광기 어린 음해와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적었다.

서 검사의 사직서 제출 사실이 알려지며, 서 검사와 함께 일했던 TF 전문위원 17명은 “새 법무부 장관 취임 직전 ‘쳐내기’”라고 주장하며 집단 사퇴했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월 법무부 내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을 맡았다. 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였던 서 검사는 파견 형식으로 법무부에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는 법무부 내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 팀장으로 근무해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