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이라도 졌다”… 책임론에 이재명계 ‘발끈’

입력 2022-06-03 04:23 수정 2022-06-03 05:25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시행된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 후 불거진 ‘이재명 책임론’으로 당 내홍을 겪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위원장이었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해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비꼬았다. 댓글로는 “이 말에 내 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글에서는 “필요하면 대표 수박(이 고문을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이 되겠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전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총사퇴로 물러난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했다.

친문재인계인 홍영표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그 짓을 민주당이 계속했다”며 이 고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고문 측 인사들은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 않았다. 이 고문의 측근 그룹인 7인회의 일원인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의 패배가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라며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르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라 서로를 위로해 주고 반성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으셨다”며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이 상임고문에 대한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지우는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 자산인 이재명, 김동연이 살아 온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는 ‘이재명 책임론’에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고문의 성남시장 시절 비서인 백종선씨는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한 이 의원의 글에 “안 되겠다.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고 댓글을 달아 물의를 빚었다. 현재 이 댓글은 삭제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