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에 4점 차 대패했다. ‘슈퍼스타’ 네이마르는 2골을 뽑아내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한국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대 5로 패했다. 브라질전 4연패로 상대 전적에서 6패(1승)째를 기록했다. 두 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 대비한 실전 모의고사로 평가받는 경기답게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브라질은 네이마르와 카세미루, 티아구 실바, 히샬리송,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쿠티뉴, 제주스, 쿠나, 파비뉴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선발 또는 교체로 투입했다. 한국도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등 해외파 공격진을 모두 가동했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도 4개월 만에 복귀전에 나섰다.
월드컵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은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여 전반 6분 선제골을 뽑았다. 좌측에서 알렉스 산드루가 돌파 이후 컷백을 올렸고, 프레드의 슈팅이 히샬리송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골로 연결됐다.
한국은 전반 31분 황의조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황의조는 상대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왼쪽으로 돌면서 오른발로 상대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브라질은 전반 42분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앞서갔다. 브라질의 공세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12분 네이마르의 추가 페널티킥 골로 점수 차를 더 벌렸다. 벤투 감독은 정우영과 김문환을 투입해 변화를 노렸지만, 브라질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브라질은 후반 34분과 후반 추가 시간에 각각 필리페 쿠티뉴와 가브리엘 제주스가 골을 만들어내면서 4점차 대승을 완성했다. 특히 제주스는 환상적인 개인기로 수비 3명을 제친 뒤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카타르 월드컵을 5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브라질을 만난 한국 팀은 볼 점유율, 슈팅 숫자에서 모두 밀리며 패배를 안았다. 특히 슈팅 숫자는 5대 14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4년 내내 추구해온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상대의 거센 전방 압박에 막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벤투 감독은 “5대 1로 패배한 건 많은 실수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정당한 패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은 선수들의 의지”라며 “공격 쪽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자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빌드업 내에서 다른 것들도 시도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엔 만원 관중이 몰려들었다. 승패를 떠나 코로나19 여파 이후 3년여간 멈췄던 육성 응원도 돌아왔다. 붉은 옷을 입은 관중들은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했다. 6만4872명의 팬들은 경기 중간 ‘AGAIN 2002’ ‘We the Reds!’ 카드섹션으로 관중석을 수놓았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전 관람에 앞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과 가진 만찬에서 중국이 포기한 2023 아시안컵 개최를 건의받고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암=허경구, 권중혁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