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져라” 친문의 경고장… 민주, 혈투가 시작됐다

입력 2022-06-02 20:04
이재명 국회의원 당선인이 1일 오후 인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자리를 놓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가 ‘외나무다리’에서 맞붙었다.

대선 패배 후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이 6·1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일제히 터져 나온 것이다.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양측의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 의원들은 2일 전방위적으로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

특히 대선 패배에 직접적인 책임을 안고 있는 이재명(인천 계양을) 의원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대선 두 달 만에 명분 없는 선거에 등판한 것이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친문계 좌장이자 당권 주자인 전해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었다”면서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해 국민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홍영표 의원도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고,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 2’로 만들고 말았다”고 직격했다.

당 최고위원을 지낸 강병원 의원도 “대선 패배 후 당이 사당화됐다”면서 “‘졌잘싸’라는 상식과 동떨어진 자위적 평가 속에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의 출마로 국민께 또다시 실망을 드렸다”고 지적했다.

친명 진영은 일단 정면 대응을 자제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일단은 때리는 대로 맞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친명계 인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 후보가 차기 당 대표를 맡아 민주당의 전면적 쇄신을 이끌어야 다음 대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는 당 지도부가 내홍을 빚으며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인 탓이 크다”며 “이 의원이 확실히 중심을 잡아줘야 당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친명계 인사는 “이 의원이 친문 진영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는 것이 당권가도에 오히려 유리하다”며 “지지층이 자연스럽게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초선 의원들의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점도 당내 갈등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 및 지난 5년간 민주당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3일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번에는 양쪽 모두 끝을 본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맞붙어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