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대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른 민주당은 다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됐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비공개 회의 후 “비대위원 일동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회의 내용에 대해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당의 혁신을 잘 하려 했으나 지방선거가 임박해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모든 비대위원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객관적 평가와 그에 따른 혁신 방안 마련 등은 멈추지 말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무연고 출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고 대변인은 “그런 부분도 패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길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새 비대위를 꾸릴 방침이다. 대선 패배 직후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박홍근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구성 때까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역할만 맡기로 했다. ‘박지현·윤호중 비대위’를 놓고 자격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등을 거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빠르고 질서 있는 수습’을 내걸었지만 당분간 내홍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가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당내 각 계파들의 정치적 명운을 건 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당장 친문재인계는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면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적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대선 패배 후 두 달도 안 돼 연고 없는 인천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의원을 직격한 것이다.
친이재명계는 일단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께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으셨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명계는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상수로 여기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 평가가 먼저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에 앞서 진행될 대선·지방선거 패배 평가회가 친문·친명계 간 충돌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