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2024년 총선에 대비해 공천 제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총선까지 남은 600여일 동안 공천 제도를 개선해 연승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쇄신안을 내놓지 않았다. 연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오히려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당 개혁에 나선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거치면서 당이 조금 더 노력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들이 드러났다”며 “당 차원에서 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혁신위 신설은 이 대표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혁신위원장은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의원이 맡기로 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이번주 내로 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를 1명씩 추천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주 출범하는 혁신위는 10명 내외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2년도 채 남지 않은 총선 승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600여일 남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더욱더 개혁 행보, 정당 쇄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공천 제도 개혁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재형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공천 규정 자체가 분명하지 않고, 공천에 대한 책임 소재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위원회 논의를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선거 승리 다음 날 혁신위를 띄운 것은 차기 당권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의 조기 사퇴와 같은 변수가 없다면, 다음 총선을 준비할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이에 따라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당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당 내부에선 취임 이후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를 호평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며 “30대 원외 대표에 가지는 의구심은 이미 해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3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내 기반을 넓히기 위해 지원 유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를 향할지도 주목된다. ‘친윤’ 세력이 독자적으로 당권 주자를 내세우며 이 대표와 안 의원을 동시에 견제할 수도 있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이른바 윤심(尹心) 후보로 거론된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당권 도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