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구청장도 역전…오세훈號, 개발·복지 속도

입력 2022-06-02 16:20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서울시의회·구청장 선거 결과를 발판삼아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에 나선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및 수변감성도시를 중심으로 한 개발 정책과 안심소득으로 대표되는 복지 정책 양 날개를 앞세워 사상 첫 4선 시장이자 차기 대권주자로서 중량감 키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오 시장은 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는 마음만 앞서서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훨씬 마음이 무겁다”며 “사람의 속을 알면 알수록 신경이 더 쓰이는 것처럼 복잡한 정책의 장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 큰 엄중함을 느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달라진 업무환경 속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당분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시정 구상을 깊이 있게 가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 측근은 “오 시장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와의 의견 충돌로 제대로 된 공약사업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6·1지방선거에서 득표율 59.05%로 송영길 민주당 후보(39.23%)를 20%포인트 가까이 따돌렸다. 25개 자치구는 물론 전체 425개 행정동에서 모두 송 후보를 눌렀다. 득표율도 지난해 보궐선거(57.5%)보다 올랐다.

절대 열세였던 시의회도 국민의힘이 112석 중 76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상생주택과 안심소득 등 오 시장의 공약사업 예산 확보는 물론 TBS 개편 등 쟁점 사안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구청장 역시 4년 전 25곳 중 단 1곳을 이기는 데 그쳤던 국민의힘이 17곳에서 승리하면서 서울시-서울시의회-자치구로 이어지는 정책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의 공약사업은 하반기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을 사안을 발굴해 추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정책이 안심소득을 비롯한 복지 정책이다. 그동안 신속통합기획 같은 재개발·재건축 정책이 주목을 받았지만 저소득층과 청년·1인가구 등을 위한 복지실험이야말로 대권을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사업처럼 오 시장은 수변감성도시와 녹지생태도심을 대표적인 ‘시그니처’ 사업 삼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기초단체·의회 선거에서 ‘줄투표’ 경향이 옅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오 시장을 견제할만한 세력을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현직 구청장의 맨파워와 조직력을 앞세워 강북·관악·금천·노원·성동·성북·은평·중랑구 8곳의 구청장 수성에 성공했다. 시의회에서도 36석을 확보해 교섭단체 구성요건(10석)을 갖추면서 원 구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당적을 달리하는 자치구일지라도 협치에 인색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구청장 수가) 17대 8 정도면 시민들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선택하신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접전 끝에 신승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에 대해서도 “협조할 건 협조하고 서로 이해도 도모하면서 각자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입장에서 현안을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강준구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