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년만에 민주당 지사 깃발…“제왕적 도지사 시대 막 내릴 것”

입력 2022-06-02 15:28 수정 2022-06-02 15:39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캠프 제공

오영훈(53)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2일 “이번 승리는 제주 현안을 반드시 해결하라는 도민의 엄중한 명령으로 새기겠다”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진정 도민이 원하는 미래로 대통합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빠진 민생 경제의 일상 회복 방안을 우선 마련하고, 청년을 위한 희망 사다리, 1차산업과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 미래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핵심 공약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왕적 도지사 시대의 막을 내리고 쓰레기와 오수처리 문제 등 해묵은 현안도 해법을 찾아 마침표를 찍겠다”며 “도민이 원하는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오영훈 후보가 제39대 제주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제주에선 특별자치도 중심의 단일 행정체제에 대한 개편안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오 당선인은 5대 핵심공약의 하나로 학교·병원 등 ‘15분 근거리 생활권 조성’을 제시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구상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도정 결정권이 도지사 1인에 집중되고 민생 문제 해소가 어려워지는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당선인은 2024년까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형태를 확정하고 2026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공항 건설은 일단 오는 7월 국토부의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2015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온평리를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했으나 도민들의 거센 반발과 환경부의 잇단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로 추진이 사실상 유보됐다.

현재 국토부는 지난해 환경부가 내린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에 대해 보완이 가능한 지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 당선인은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도민 전체 의견을 물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제2공항 문제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7월 이후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당선인은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데다 도민 의견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새롭게 마련할 것 인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때문에 갈등이 제대로 봉합될 수 있는 결론이 나오게 될 지는 미지수다.

오 당선인은 2일 조천 창열사와 국립제주호국원, 제주4·3평화공원을 잇따라 참배하는 것으로 당선인으로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오후에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도지사 당선증을 교부받아 공식적으로 당선인 신분이 됐다. 이어 선거캠프 해단식을 갖고 당원과 선거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당선인은 이제 업무 인수인계 및 새 도정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인수위원회 구성에 착수한다. 임기 시작은 내달 1일부터다.

오 당선인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대 시절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인연을 맺어 새정치국민회의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제주에서 대표적인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로 분류된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을 거치며 차근차근 정치인의 길을 밟아왔다.

2012년 국회의선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다.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해 2020년 재선까지 거머쥐었다.

국회 진출 후에는 원내대변인과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이낙연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중량감을 키웠다.

지역 밀착력, 높은 인지도, 국회의원 재직기간 4·3희생자 배·보상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현안 해결 능력을 인정받은 점 등이 낙점 요인으로 꼽힌다.

오 후보의 당선으로 제주도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우근민 지사 이후 20년만에 민주당계 소속 도백을 맞게 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