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샬롬’ ‘앗쌀라무 알라이쿰’ 평화 인사 속 피흘리는 성지

입력 2022-06-02 14:45 수정 2022-06-02 15:56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지난달 17일 헤브론의 막벨라굴 근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의 매장을 위해 헷 족속 에브론으로부터 400세겔을 주고 매입한 가족 묘지(창 23:9~20)로 사라 외에도 아브라함과 이삭 리브가 야곱 레아 등이 매장됐다. 이들은 오늘날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시조이기도 해 양측이 이곳을 두고 긴 세월 갈등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전쟁과 테러, 보복을 반복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20% 정도 되는 면적의 이스라엘은 전 국토가 성경에 등장하는 성지입니다. 문제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이 땅을 성지로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지역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보니 그곳을 둘러싼 다툼이 일상이 되고 말았죠. 도화선은 2000여 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1948년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운 것이었습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평화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995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이 대표적입니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이 93년부터 완성한 평화협정으로 영토와 평화를 교환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둘은 이 일로 94년 노벨평화상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성지에 평화가 깃들지는 못했습니다.

라빈 총리는 유대인 극우파에 의해 암살당했고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를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늘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분쟁의 씨앗은 이스라엘 곳곳에 심겨 있습니다.

예루살렘 남쪽 헤브론에는 막벨라 굴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를 매장하기 위해 헷 족속 에브론으로부터 400세겔을 주고 산 가족 묘지(창 23:9~20)로 사라 외에도 아브라함과 이삭 리브가 야곱 레아 등이 매장됐습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시조이기도 하죠. 양측이 이곳을 두고 긴 세월 갈등을 빚는 이유입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바위 사원 모습.

바위 사원이 있는 성전산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 산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 했던 모리아 산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 자리에 솔로몬 성전이 세워졌고 전승에 따르면 법궤가 묻혀 있다고도 하죠. 이뿐 아닙니다.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이라고 합니다. 691년 우마이야 왕조의 압드 알 말릭은 그 자리에 바위 사원을 세웠죠. 지금 우리가 보는 황금 돔이 그때 세워진 사원입니다.

성전산을 품고 있는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원래 요르단이 관리하던 지역이었지만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수중에 떨어졌습니다. 면적이 1㎢에 불과하지만 220여 개의 유적이 밀집해 있는 성지 중 성지입니다. 유대인과 로마 가톨릭 아르메니안 정교회, 이슬람교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복잡한 곳이기도 하죠.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입니다. 이곳에 기대 사는 유대인과 무슬림의 인사인 ‘샬롬’과 ‘앗쌀라무 알라이쿰’도 평화라는 의미이죠.

평화로 가득 찬 도시에 없는 게 역설적이게도 평화입니다.

요한복음 2장 13~25절에는 예수님이 성전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포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대 전역에서 예루살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유월절에 예수님은 성전 앞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상을 엎으시며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성전을 헐라고 하셨고 3일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셨죠. 눈에 보이는 성전 이상의 성전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이는 성전’과 ‘밟고 있는 땅’에 대한 집착이 큰 것 같습니다. 그걸 차지하지 못 해 피를 흘리는 평화의 도시는 오늘도, 내일도 불안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해제 된 뒤 우리나라 교인들도 하나둘 성지순례에 나서고 있습니다.

성지를 향하는 이들의 마음에 그 땅의 평화를 바라는 소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경에 나오는 땅을 밟는다는 감격을 바라는 동시에 평화가 필요한 땅에 예수가 선포했던 참 평화가 임하길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