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동화같은 케이크 공수 대작전

입력 2022-06-05 00:06
“3, 2, 1......”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차량 경적을 울리며 환호합니다. 폭죽을 터뜨리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이들도 있군요.

이는 새해 풍경이 아닌 1일 상하이의 풍경입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SNS에 쉴 새 없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3월 28일 ‘제로 코로나’를 위해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지 65일 만의 일입니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가 1일부터 일상 회복을 시작했습니다. 상하이시는 이날부터 주택단지 출입과 대중교통 운영, 자동차 통행,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제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10주 가까이 2500만 명의 거대 도시가 봉쇄됐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답답하고 괴로웠을까요? 오늘의 아살세툰은 65일간의 봉쇄 기간 중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상하이 봉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시장 기능이 마비되면서 주민들은 식료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많은 시민이 메신저 대화방에서 식료품을 파는 가게를 찾아 공동 구매를 진행하거나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케이크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제 남편에게는 오늘이 마지막 생일이 될지도 몰라요.”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민들의 위챗 대화방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 딩모 씨의 남편은 전신 마비 환자였습니다. 병원 치료도 포기한 채 침대에만 누워 지내는 상황이었죠. 그녀는 남편의 57세 생일 케이크를 구하기 위해 글을 올렸습니다.

남편은 감금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록트인 증후군’을 앓고 있었습니다. 병이 발병하면 의식은 있지만, 전신 마비로 인해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발병 후 90%가 반년 안에 사망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듯했던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딩모 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이웃 주민들이 케이크를 만들어주기로 뜻을 모은 것입니다.

먼저 이웃 여성 양모 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남은 밀가루로 케이크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케이크 시트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도움이 멈췄다면 생크림과 과일이 없는 퍽퍽한 케이크뿐이었겠죠.

다행히 다른 이웃들이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자신의 것을 조금씩 보내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여러 이웃집을 다닌 끝에 생크림, 딸기, 양초, 과자, 설탕 등의 재료들이 양모 씨에게 전달됐습니다.

다음날 새벽 1시, 흰 생크림 옷을 입고 딸기와 과자로 장식된 케이크가 완성됐습니다. 대화방에 모인 300명의 주민은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를 주고받으며 잠자리에 들었죠.

딩모 씨는 중국 매체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케이크를 받아 들고 저와 남편 모두 너무나 감동해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케이크를 만든 양모 씨는 “아마도 케이크를 받은 분들에게는 이게 단순한 케이크가 아니라 일종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도움의 손길이 모여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기꺼이 내 것을 나누는 용기가 많은 이들에게 달콤함을 선물한 것처럼 말이죠.
중국 웨이보에 게재된 케이크 사진. 연합뉴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