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환호 vs 말없이 자리 뜬 李…‘극명한 대비’

입력 2022-06-02 04:45 수정 2022-06-02 17:57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기뻐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른쪽 사진은 굳은 표정의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최종학 선임기자, 이한형 기자

6·1 지방선거 결과 여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출구조사 발표부터 국민의힘 지도부는 손을 맞잡고 환호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애꿎은 화면만 응시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투표 종료와 함께 국민의힘이 10곳, 민주당이 4곳에서 앞서고 3곳이 접전이라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압승! 와 이겼다!”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웃으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이후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관계자들은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민주당이 크게 앞선 호남 지역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에도 당 관계자들이 이정현 전남지사, 조배숙 전북지사,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의 이름을 여유롭게 외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출구조사 발표가 진행되던 중 민주당 상황실에서 침통한 표정의 이재명 위원장을 비춘 방송 화면이 나오자 이준석 대표가 이를 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이 대표가 “이재명 (후보) 표정을 보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방송 화면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고, 이 대표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아무 말이나 만들어내는 상황까지 왔다. 도대체 어느 장면에서 제가 ‘이재명 표정 봐라’라고 했다는 거냐”라며 “이제는 마스크 뒤의 입모양도 보이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진보 성향 후보들이 약진한 교육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관계자들이 “아이고야” 하는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실에는 대체로 웃음과 박수 소리가 넘쳤다. 권 원내대표는 “사실상 윤석열정부에 힘을 밀어주겠다는 국민의 뜻이 이번 출구조사 결과에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같은 시각 국회 의원회관 강당에 설치된 민주당 상황실의 분위기는 국민의힘과 정반대였다. 출구조사 발표 내내 무거운 적막만 흘렀고, 이따금 “아” 하는 짧은 탄성만 흘러나왔다. 총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밀린다는 경기지사 선거 예측이 발표되자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나지막한 탄식이 나왔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가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결과를 보고 고개를 크게 뒤로 젖히며 안타까워했다. 이후 출구조사 발표 화면을 지켜보던 박 위윈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된 민주당 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시청한 후 의원회관을 떠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그나마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 후보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은 뒤였다.

이날 오후 7시21분 상황실에 도착한 이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20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세 지역이 4곳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예상했던 결과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이 후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차량에 올라탔다.

박지현 위원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출구조사)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왔다”며 오후 7시54분쯤 상황실을 떠났다. 이날 오후 9시가 되기도 전에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모두 자리를 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