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살아남아”…지방권력 싹다 내준 민주 ‘패닉’

입력 2022-06-02 04:19 수정 2022-06-02 09:4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새벽 인천 계양구에 마련된 캠프사무실을 방문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재명만 살아남았다.”

대선에 이은 충격의 2연패이자 지난해 4·7 재보선까지 하면 3연패다. 4년 만에 4대13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지방권력을 통째로 내준 더불어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상임고문의 생환을 두고 “이재명만 살아남았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1차 방어선으로 내걸었던 ‘서해벨트 사수’ 구호는 맥없이 무너졌다. 수도권과 충청을 전부 내줬다.

당 안팎에서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리더십 부재가 패인의 하나로 꼽힌다. 3·9 대선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로, 윤호중·박지현을 투톱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됐지만 돌출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송영길 컷오프’ 번복 논란을 비롯해, 송영길 후보와 이재명 총괄 선대위원장의 공천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난맥상 역시 비대위 리더십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 사건에 대한 대처가 지연된 것을 두고는 비대위가 강성 지지층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선거를 1주일 앞두고 홀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86그룹 용퇴’와 성 비위 인사에 대한 지체 없는 징계 요구였다. 그러나 강성 권리당원과 강경 초선 의원들이 반발했고,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일었다.

선거 막판 터져 나온 3선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의 성 비위 의혹도 가뜩이나 열세인 선거 지형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선거 내내 경합 양상을 보이던 대전과 세종, 충남 등 중원 민심이 막판 대거 돌아서는 데 방아쇠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한형 기자

당내 비이재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재명·송영길 후보의 명분 없는 출마 강행이 표심에 적잖은 악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구호를 앞세워 전 대선 후보와 전 당대표가 나란히 등판한 것 자체가 ‘무리수’이자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친문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재명 책임론’이 힘을 받을 경우 이재명 당선인(인천 계양을)의 향후 당권 도전 시나리오도 적잖은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단 이 후보와 송 후보의 출마 과정뿐 아니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과정 등에서 대선 패배를 자성하기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중도층 표심 이반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