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노동자 집회 고소전 2라운드… “정치집회” VS “정당한 쟁의”

입력 2022-06-01 19:25 수정 2022-06-01 19:30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 붙어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의 현수막. 학내 청소·경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양한주 기자

연세대 학생이 학내 집회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청소·경비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한 사건(국민일보 5월 19일자 15면 참고)에 대해 경찰이 본격 조사를 시작했다. 고소·고발을 당한 해당 노조도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차원에서 맞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학생들 간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 재학생 이모(23)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노조의 학내 집회는 노동쟁의가 아닌 정치 집회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집회 대부분이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민중가요를 트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윤석열정부에 맞서 싸우겠다’ 등 정치적 성격이 명백한 구호를 외치는 부분도 있다”고 경찰에 말했다. 또 “미신고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집회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수업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다른 학내 집회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사업장 내 쟁의행위가 위법한지를 따지는 문제라고 보고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다. 정병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미신고 집회라 해도 사회상규에 반하는지 여부와 쟁의행위의 정당성 등을 판단해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될 수 있다”며 “2020년 대법원에서 하청 노동자의 사업장 내 집회가 위법하지 않다고 본 판례도 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 붙어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의 현수막. 양한주 기자

경찰은 우선 집회의 성격과 신고 여부 등을 살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목적의 집회는 쟁의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게 기본적인 법의 입장”이라면서도 “연세대 집회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일부 정치적 구호가 있다 해도 정치 집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됐다면 정당한 쟁의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당한 쟁의행위는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수업권 침해가 확인되면 방법의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화 이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찬반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한 학생은 “돈 내고 수업을 듣는데 방해하면 어쩌라는 거냐. 자신의 권리를 위해 타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마라”라고 적었다. 반면 ‘임금 440원 인상’ ‘샤워실 마련’ 등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이들의 요구가 그렇게 과한 것이 아니라고 쓴 학생도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온라인상으로 교내 집회·시위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