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담 검사만 100명은 돼야”… 尹정부 검찰, 금융·공정거래 칼 빼든다

입력 2022-06-01 11:56 수정 2022-06-01 12:57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민일보DB

‘특수통 검사’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이후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은 검찰의 부패·경제범죄 수사가 증가할 것인지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부패·경제범죄 수사권이 내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지만, 변호사업계는 오히려 그 사이에 금융 및 공정거래 범죄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 검찰은 금융 및 공정거래 사건이 민생 피해를 낳는다고 강조하고 있고, 로펌들은 규모에 상관 없이 부패·경제범죄와 관련한 법률서비스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검찰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1일 “시장의 반응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시장의 반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발표했던 지난달 초부터 뚜렷해졌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제 활성화,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가 강조되는 모습에 많은 로펌들이 “검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와 제재, 형사사건 숫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답을 내렸다.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고 그와 동시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 전 수준으로 재출범했다. 여러 로펌들은 검찰은 물론 금융 당국,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신의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검찰 경력 변호사들은 “장관 취임은 물론 대통령의 당선 때부터 예상된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서울남부지검에 있던 증권범죄합수단의 폐지를 강하게 반대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우리나라 증권시장 정도라면 전담 검사만 100명은 있어야 한다”고 종종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인 이유에 대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엄단 기조를 들어 즐겨 설명했다고 한다. “뉴욕의 밤거리가 안전하고 월가의 공신력이 탄탄해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인사이드 트레이딩’의 철저 단속 때문에 채권을 사도 피해볼 일이 없게 된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론스타 사건’ 등을 수사했던 한 장관도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숱하게 밝혀 왔다. 그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던 올해 초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단죄되지 못하는 사건들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LH, 월성, 울산, 대장동, 성남FC 등 사건’을 거론했었다. 그가 첫손에 꼽은 것들이 공교롭게도 자본시장의 사모펀드 관련 범죄들이었다. 한 변호사는 “증권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 의지가 강조되고 있는데, 묵은 사건보다 새로운 아이템이 발굴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카르텔과 부당 내부 지원 등 공정거래 분야도 검찰의 수사가 활발해질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한 장관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신설될 때 초대 부장검사였다. 당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처음으로 행사했었다. 이때 일본 업체들의 국내시장 담합 행위를 적발해 기소했는데, 국제 카르텔 행위에 대한 사실상 첫 공소제기였다. 윤 대통령 역시 검찰에 있을 때 “시장 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으로 활력을 잃으면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결국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 자사 우대행위 등에 대한 조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예상한다.

사실상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지게 된 가상화폐 관련 수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쪽이 오히려 부동산보다 많은 서민 피해를 양산하는 분야인데, 당연히 눈여겨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검은 일선과 가상화폐 피해에 대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개월 전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이 검찰을 대상으로 일종의 설명회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검찰은 이미 수십만명의 피해자를 낳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테라 사태를 직접 수사 중이다.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총장의 인선, 그 전후 있을 검사들의 대규모 인사를 보면 금융 및 공정거래 분야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분명히 예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법조계는 특히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나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강력수사를 이끌 검사가 누가될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특별수사 분야에서는 경험과 노하우를 고려한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방선거 이후 검찰 인사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결국 서초동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