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비판한 싱가포르 부총리 “코인 멀리 하라”

입력 2022-05-31 18:01 수정 2022-05-31 18:03
헝스위킷(왼쪽 사진) 싱가포르 부총리가 2019년 5월 2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빈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0월 26일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 파이낸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 AP뉴시스, 야후 파이낸스 영상 캡처

헹스위킷 싱가포르 부총리가 자국에 본사를 둔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루나의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멀리 하라”고 말했다.

헹 부총리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테크 싱가포르 서밋’에 참석해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킨 테라·루나 폭락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그들은 노후를 대비한 저축까지 날렸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와 거리를 둬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있는 국가다.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씨는 지난 21일 트위터에 도피설을 해명하는 취지로 “지난해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체류하고 있다. (그 사실이) 다수의 인터뷰와 팟캐스트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며 “테라폼랩스 본사는 항상 싱가포르에 있고 여전히 우량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권씨가 개발한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했다. 채권이나 어음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다르게 자사에서 발행된 루나에 연계하는 식으로 가격 고정을 시도했다. 가치 하락 시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거래 형식으로 최대 20%의 이익을 돌려받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달 초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 붕괴로 가치가 급락했다. 한때 10만원을 웃돌았던 루나의 가격은 사실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1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은 물론, 다른 스테이블코인 테더까지 하락했다.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로 세계 곳곳에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테라·루나의 알고리즘을 ‘피라미드 사기’에 비유할 만큼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싱가포르에서는 한 투자자가 지난 19일 “손실 피해자 1000여명을 알고 있다”며 테라폼랩스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헹 부총리는 “싱가포르가 혁신을 권장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회사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가상화폐에서 촉발된 위험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규칙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