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MBC의 이른바 ‘검언 유착’ 보도 하루 전 제보 내용을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알렸다고 증언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3일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글을 올려 전직 채널A 기자 이동재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최 의원은 이씨가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의원의 글 내용이 대부분 허위라고 판단하고 최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실제 이씨의 편지를 보면 ‘유 이사장 등 정관계 핵심인사 관련 의혹이 궁금하다’ 등의 문구는 있지만 거짓말을 하라고 강요하는 취지의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황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재판에 출석해 MBC가 이씨 사건을 보도하기 직전인 2020년 3월말 이른바 ‘제보자X’ 지모씨를 이 전 대표 변호인으로부터 소개받아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사건 관련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황 전 최고위원은 “이씨가 계속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집에도 찾아갔는데 그 내용이 이상하고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이 돼 일을 꾸미는 것 같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유 이사장에 대해 구체적인 제보를 해달라는 취지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접근했고 통화를 녹음했으며 만나는 장면을 MBC 기자가 촬영했다고 들었다”며 “이 일의 뒤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이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황 전 최고위원은 또 이씨 사건 보도 하루 전인 2020년 3월 30일 서울 한 호텔에서 당시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 의원을 비롯한 열린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지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당사자에게 연락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이 나와 일행 중 한 명이 유 전 이사장에게 연락 했고 그가 늦은 시각에 지방에서 올라와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최 의원 측 변호인이 “유 전 이사장 반응이 어땠나”라고 묻자 황 전 최고위원은 “굉장히 황당해하고 분노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전 최고위원은 MBC의 3월 31일 보도 시점은 미리 알지 못했고 보도 일자는 당일 낮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MBC에 제보한 지씨는 2020년 3월 22일 페이스북에 황 전 최고위원의 글을 공유하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적었다. 황 전 최고위원은 당시 최 의원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 갑니다”라고 썼다.
MBC는 3월 31일 보도에서 사건 배후에 윤 대통령 최측근 검사장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최 의원은 MBC 첫 보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가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알리는 대특종을 했다. 빨대(해당 검사장)는 단 한 곳이다. 누군지 다 아시는 바로 그 놈”이라고 적었다.
MBC 보도 후 해당 검사장은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목됐다. 한 장관은 이 사건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 수사 결과 한 장관과 이씨 측이 유 이사장 사건을 두고 유착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검언 유착’ 사건이 아닌 정치권과 언론이 유착한 ‘정언 유착’ 사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이씨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의원 측은 자신의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한 하나의 의견이기 때문에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황 전 최고위원은 최 의원이 작성한 글과 관련해 “압축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편지 취지와 문맥을 보면 이씨가 하려던 말의 취지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의원의 글 내용 중 허위사실로 의심되는 문구들이 실제 이씨의 편지나 녹취파일에 들어있지 않다고 물었다. 황 전 최고위원은 “저에게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최 의원이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이씨를 비방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